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구름 닮은꼴 그리움
먼데 산 허리 구름이 걸렸네.
자세히 보니 구름 그림자가 걸렸어.
아마
산에게 그리움은 구름이었나.
부풀대로 부푼 구름을 차마 잡지 못한 산은
드리운 그림자에서 조차 구름을 놓지 못하나.
무심하겠구나, 산은.
이 맑고 거침 없이 파란 하늘이.
삐죽삐죽 아무렇게나 돋은 수염, 까칠한 초록만 뻗어
구름과 가까워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.
어제 저녁 내린 비에
산은 나무를 한 뼘은 더 키웠네.
그리움처럼 자라는 나무.
산은 또 맑은 날 구름을 기다리겠지.
지난 초여름 밤새 내린 비 이후 맑은 하늘을 본 날이었습니다.
회사 창 밖으로 보이는 짙어 가는 녹색의 산 위로
새파란 하늘이 펼쳐지고, 하늘 색과 완전하게 대비되는 하얀 구름이 뭉텅이로 피어 있었습니다.
그 아래 구름의 그림자가 산에 걸려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적었습니다.
그 즈음이 외할머니께서 눈감으신 즈음이라 그리움이 조금 더 생겼었던 것 같습니다.
큰 손자라고 돌아가실 때 까지도 위해주셨던 소중한 분입니다.
그립지 않은 날이 없지만, 오늘은 조금 더 그립습니다.
지나고 보니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 더 많이 보고 싶어 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.
꺼칠한 손바닥, 관절이 좋지 않아 손 마디가 접히지도 않는 손으로 어루 만져주시던
그 꺼칠함이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너무 그립습니다.
서걱서걱 소리가 날 것 같은 낡은 손바닥의 감촉을 꼭 한 번만 더 주시면 좋겠습니다.
이번 주말에는 할머니께 잠시 다녀와야 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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